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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가 내게로 왔다. 은행잎이 푸른색일 때 내게 온 그는 한 동안 방안 구석에 유배되어 있었다. 출장 때문에 바빴고, 마음을 들뜨게 할 만큼 그에 대한 감흥이 별로 없었던 탓이다. 긴 장대를 하나씩 들고 은행나무에서 가을을 터는 사람들이 사라지고, 파랗던 은행잎은 어느 새 노란 색으로 옷을 갈아입었다. 너무 오랫동안 외면했던 것이 미안해 며칠 전 그와 정식으로 인사를 나눴다. 그의 이름은 제우스 7000. BTC 정보통신이 만든 24인치 액정 모니터. 좀 더 정확하게 말하면 그에게는 ‘제우스 7000 240MA-8FM'라는 이름표가 달려 있다. 참 어색하고 부담스럽다. 모니터로 사용하기에는 그의 몸집이 만만치 않은 까닭이다. 그를 올려놓기 위해 책상을 비우고 정리하는 데도 시간이 필요했다. 출장을 가고 취재를 나갈 때면 늘 함께하는, HP의 TC4400 태블릿PC와 짝을 맺어 주기로 했다. TC4400은 개인적으로 무척 아끼는 나의 또 다른 그다. 능력과 재주가 주인을 실망시키는 법이 없다. 더구나 외장형 배터리를 하나 더 달고 있는 그를 가방에 넣어 다니면 하루 정도는 배터리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집으로 돌아오면 그는 NAS 도킹 스테이션에서 쉬기도 하고, 데스크톱 PC의 역할까지 떠안는다. 널찍한 제우스 7000의 화면을 정면으로 마주하니 한결 보기도 좋고 편하다. 오른편에 자리를 잡은 TC4400의 액정은 깜찍한 서브 액정 모니터로 사용하기로 결정했다. 24인치 와이드 화면은 마치 모니터 2대를 연결해 놓은 듯 넓고 시원한 작업 공간을 제공한다. 여기에 TC4400의 액정까지 쓸 수 있으니, 3대의 모니터를 사용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들뜬 마음에 이것저것 프로그램을 실행시켜 보고, 웹브라우저를 열어 여기저기 기웃거려 본다. 제우스 7000 바로 앞에 놓인 NAS 도킹스테이션에 연결된 키보드와 무선 마우스가 한결 안정감 있다. 태블릿PC TC4400이 이제야 제대로 된 큰~ 날개를 만난 셈이다. 기특하게도 제우스 7000에는 5W 출력의 스피커까지 달려있다. TC4400에 달린 모노스피커로는 음악을 듣는다는 것이 아쉬웠는데 스테레오 스피커까지 덤으로 쓸 수 있게 된 셈이다. 내친 김에 NAS 도킹스테이션에 있는 오디오 출력 단자와 제우스 7000의 오디오 입력 단자도 케이블로 연결했다. 시험 삼아 세르게이 트로바노프(Sergei Trofanov)의 집시 패션(gypsy passion)을 틀어본다. 나쁘지 않다. TC4400으로 작업을 하며 무료함을 달래는 데는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보고 듣는 맛이 기대했던 것 이상이다. 제우스 7000이 품고 나온 HDMI, 콤포넌트, 광출력 등 다양한 입출력 단자를 모두 사용해 보고 싶은 마음이 슬금슬금 생겨난다. TV를 보지도 않고 볼일도 없는데, HD를 지원한다 하니 HDTV 수신카드를 TC4400과 만나게 해주고 싶은 생각도 스친다. 애지중지하며 보관하고 있는 DVD 타이틀도 그의 시원한 화면으로 한번 즐겨 보고 싶어진다. 박스에 담겨 있는 그의 첫인상은 박스에 나와 제 자리를 찾으면서 어색함에서 반가움으로 바뀌었다. TC4400과 제우스 7000의 만남은 앞으로 좋은 인연으로 남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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